세계적 명승지 장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야간에 펼쳐지는 대규모 야외 공연을 들 수 있는데, 우리는 장예모 감독의 천문호선쇼를 관람하기로 했다.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보여줬듯 장예모 감독은 야외 공연 예술의 대가다. 장가계 절벽, 숲 등 천혜의 자연과 최첨단 레이저 조명이 결합된 대규모 야외 공연은 실로 엄청난 상승효과를 발휘한다.신분이 다른 남녀의 사랑을 다룬 줄거리보다는 막강 조명과 대규모 등장인물로 야외 공연은 초반부터 관객을 압도한다.장가계와 계림 등 중국 5A급 풍경구 몇몇 곳에서 이런 야외 공연이 펼
어제 잠시 구름 걷힌 날씨를 보여주더니 오늘은 다시 비가 온다.세계 최장 7.5㎞의 공중 케이블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케이블카는 도심에서 곧장 산을 향했으며 출발하자마자 언덕 넘어 주택 밀집 지역의 앞마당과 지붕 위를 통과한 뒤 30분 만에 장가계 중턱 종점에 도착했다. 도심 하늘 통과로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시민들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발생할 듯도 한데 사회주의 국가라서 그런 건 무시되나 보다.오늘 코스는 귀곡잔도와 유리잔도를 이용한 운몽선장, 취운정, 쾌활림, 목석지연, 천문산사 등의 절경 체험인데 비와 안개 때문에 시야가
빗속의 형산 트레킹 종료 후 다음 목적지는 호남성 북쪽의 장가계다. 형산과 장가계 모두 호남성에 있지만 남과 북으로 갈려있어 버스로 6시간 정도 걸린다.차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을 보면서 새삼 중국 대륙의 광활함을 실감하며 산행의 여파로 졸음이 밀려오면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는 사이 장가계를 향한 북진은 계속됐다.장가계라는 땅이름은 한고조 유방(BC256~195)의 토사구팽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이 개국공신마저 내치는 현실을 지켜본 책사 장량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벼슬을 버리고 변방을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깊은 계
콧등에 서리는 빗방울과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 범벅 속에 힘든 우중 트레킹을 두 시간 넘게 계속한 끝에 드디어 정상 축융봉에 당도했다.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악천후 속에 우리 트레킹 단원 22명은 단 한 사람의 낙오 없이 남악 정상에 오른 것이다. 남악 정상 1300m 지점에 세워진 축융전은 중국 도교의 전설 삼황오제 중 불의 신 축융을 모신 사원으로 지붕과 기둥 그리고 벽면이 특이하다. 지붕은 중국 전통 건물에서 흔히 보이는 황색 또는 청색의 기와지붕이 아니다. 쇠로 만든 시커먼 철지붕이다. 기와 모양도 곡면이 아닌 평평한 직사각
이번에는 중국 호남성에 있는 형산이다.5악 중 남악인 형산은 지금까지 4회에 걸쳐 한 차례씩 소개한 화산(서악), 숭산(중악), 태산(동악), 항산(북악)과는 여러 면에서 좀 다르다.우선 이미 등반했던 4곳의 산이 중원 주위에 자리하고 있는 반면 형산은 중국 고대 문명의 발상지 황하 유역에서 지리적으로 비켜난 호남성에 위치하고 있다.‘초한지’나 ‘삼국지’에 늘 거론되는 중국 왕조 흥망성쇠의 중심 무대 중원 지방애서 멀리 떨어져 있다. 산의 높이도 1300m로서 2000m가 넘는 화산, 항산에 비해 낮은 편이다.고대 문명 발상지도 아
몇 년 전 ‘타임지’가 세계적으로 아찔한 건축물에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90도 수직 절벅 위에 지어진 그리스 메테오라 수도원과 함께 중국 산서성의 현공사를 꼽았다.60m 절벽에 걸려있는 기와지붕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너무 위태롭고 아찔하게 느껴진다. 중국 남북조시대인 491년(북위 태화 15년)에 지어진 사찰로 40칸의 전각이 지금까지 1400년 동안 벼랑에 걸려 있다.원래 절벽을 파서 대들보와 버팀목 역할을 하는 철삼나무를 균형 있게 배치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리 위태롭지는 않다.대들보의 2/3가량 절벽 안으로 뚫고 들
베이징에서 서남쪽으로 약 220㎞ 떨어진 곳에 있는 백석산은 한국의 등산 마니아들에게 그다지 익숙한 산은 아니다.높이 2096m의 백석산은 트레킹 코스가 최근 개발돼 중국 산악인들이 ‘태항산맥의 숨겨진 보석’으로 부를 정도다.경산공원, 만리장성에 이어 걷게 되는 태항산맥의 백석산이 70대 중국 원정 트레킹단의 가슴을 뛰게 한다.산동성, 산서성 - 도대체 어느 산을 기준으로 성의 이름이 붙여졌나? 그 동과 서를 가르는 중심 산이 바로 태항산이다.단순한 산이 아니라 태항산맥 또는 태항대간으로 부를 만큼 태항산의 규모는 엄청나다. 남북의
우주선이 찍은 지구 사진에서 자취가 보인다는 만리장성. 북경에서 가까운 만리정성 포인트는 두 곳으로서 거용관 장성과 팔달령 장성이다.둘 중 어느 곳으로 갈까. 고심 끝에 우리 트레킹단 22명은 케이블카 등 인공 설치물이 갖춰져 있지 않아 원래 걷기 여행의 본뜻을 살리기에 알맞다는 거용관 쪽을 택했다.만리장성 거용관은 북경 시내에서 60㎞ 거리에 있으며, 우뚝 세워진 입구의 상징비에 ‘거용관은 비취색 푸른 벙풍을 여러 겹 펼친 듯 산세가 험준한 요새’라는 뜻의 거용첩취(居庸疊翠) 비문이 선명하다. 만리장성은 기원전 3세기 진시황이 북
중국 원정 트레킹 네 번째 산은 2017m의 항산(恒山)이다. 중국 대륙 화북 지방에 위치하고 있으며 5악 중 북악에 해당한다.화북 지방은 북경과 천진 등 두 곳의 거대 도시를 비롯해서 하북성, 산서성을 포함하고 있다. 굳이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북경과 천진은 서울과 인천, 하북성은 경기도, 산서성은 황해도쯤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특히 화북 지방은 황하 유역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 등 중국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데다 한반도와 위도가 비슷하고 거리 또한 인천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편이어서 이번 여행에서는 항산은 물론
태산 정상부의 모습은 좀 특이하다. 우리나라 지리산(438㎦)과 비슷한 426㎦의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산이어서 처음 숲속 등반할 땐 몰랐는데 꼭대기에 가까워질수록 이런저런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특히 천가에서 벽하사(태산의 여신을 모신 사당), 대관봉(거대한 바위에 수많은 글씨가 써진 곳), 옥황정(태산의 정상)에 이르는 정상부 근처에는 중국 전통 사찰과 콘크리트 건물 그리고 통신용 안테나까지 여러 복합 시설물이 혼재돼 있다.영혼의 성산에 겉보기에도 어설픈 건물들이 이방인의 눈엔 좀 거슬린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새벽부
중악 숭산 트레킹과 묶어 돌아본 주변 명승지는 용문 석굴이다. 용문 석굴은 돈황 석굴, 운강 석굴과 더불어 중국의 3대 석굴로서 5세기 말 북위 효문제 때부터 수, 당을 거쳐 북송에 이르기까지 무려 8대 왕조 400년 동안 벌집 모양의 1300여 굴속에 크고 작은 불상 10여만 점이 조각되어 안치돼 있다. 주먹만 한 크기의 불상부터 크기 20여 m의 부처상까지 규모와 형태가 매우 다양한데 숱한 전란을 겪으면서 많이 파손됐으며 특히 모택동의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이 마구잡이로 망가뜨린 흔적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용문 석굴에서 특히
세계지질공원답게 숭산의 주상절리 돌기둥은 규모로 보나 전체 형상으로 보나 일찍이 우리가 경험했던 제주 서귀포나 철원 한탄강의 그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 눈 앞에 펼쳐진 오묘하고 장엄하기까지 한 주상절리대 화산암 덩어리를 향해 잔도로 진입할 즈음, 흐렸다 갰다를 반복하던 산중 날씨는 점점 짙은 안개가 밀려오더니 간간이 이슬비까지 내리는 게 아닌가. 골 깊고 봉우리 높은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유의 운무와 이슬비가 섞인 산중 기상 상황에 접어든 것이다.잠시 산기슭 일부만 보여주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가리는 등 숭산
신라 시대 불교 정착 과정에서 이차돈(?~527)의 흰 피(白血) 순교 설화가 있듯, 이곳 소림사에는 붉은 눈(赤雪)의 전설이 전해진다.“하늘에서 붉은 눈이 내리기 전에는 그 누구도 제자로 삼지 않겠다”는 달마대사(?~528)의 완강함에 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혜가 스님(497~593)은 갑자기 자신의 왼팔을 잘라 밖으로 내던졌다 잘린 팔에서 나온 피는 하얀 눈밭을 붉게 물들였다. 마침내 기적의 붉은 눈이 내린 것이다. 육신의 일부를 잃음으로써 혜가는 달마의 제자가 됐고 중국 선불교 2대 조종에 올랐다는 설화다.이차돈의 하얀 피(白血
항우, 유방 등 중국 역사의 수많은 영웅호걸이 먼저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여왔던 중원지방. 이번 트레킹은 중국 땅의 복판 중원지방 하남성에 우뚝 솟아 있는 숭산(嵩山ㆍ1512m)이다. 닭 모양의 중국 지도를 펼쳐 놓고 봐도 5악 중 가운데에 있기에 중악(中岳)이라고도 부른다. 숭산은 거대하고 웅장한 주상절리 지형으로서 고생대에서 신생대에 이르기까지 지층 보존 상태가 뛰어나 세계 지질공원의 품격을 갖췄을 뿐 아니라 달마대사, 당 태종 이세민의 전설이 소실봉을 비롯한 72개의 봉우리 곳곳에 서려 있기에 5악 중에서도 경관과 스토리,
서악 화산을 품고 있는 섬서성 성도 시안(西安)은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이다.진시황의 진나라를 비롯해 한나라 당나라의 수도로서 역사 도시이며 국제도시로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중국의 100년을 알려면 상하이, 천년을 알려면 베이징, 삼천 년을 알려면 시안을 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굳이 화산이 아니더라도 시안을 찾는 이가 많을 진데 비록 트레킹 목적으로 이곳에 왔지만, 시안 역사기행을 빼놓을 순 없다.진시황의 사후 세계 호위한다는 병마용, 1974년 한 농부가 발견한 이래 지금까지 발굴 복원작업이 병행되
혹시 트레킹다운 트레킹을 하고 싶거든 꼭 화산 서봉에서 시작해 남-동-북봉으로 마무리하는 네 시간짜리 이 코스를 택하시라.명산이니만큼 화산에 서려진 일화도 많다. 당송팔대가 한유가 객기를 부리며 올랐지만 내려올 땐 오금이 저려 옴짝달싹 못 했다는 창룡령은 화산 서봉의 줄기에 속한다.절박한 상황을 편지로 써서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던졌다고 전해지는 그곳에 한퇴지 투서처(韓退之 投書處)라는 글씨가 선명하다.김용의 무협소설 ‘영웅문’, 영화 ‘동방불패’에 등장하는 화산파 등 무림의 고수들이 힘을 겨룬다는 화산 논검 비(김용 글씨)도 포
한마디로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 이렇게 큰 바위산은 일찍이 본 일이 없다. 서울의 명산 북한산 인수봉도 엄청난 한 개의 바윗덩어리인데 여태껏 보아온 바위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무지막지한 덩치에 처음 보는 사람의 눈은 압도되고 만다.예부터 화산의 큰 덩치와 웅장함에 “산세는 흰 구름 밖으로 떨치고 산 그림자는 위수(황하의 지류)에 드리운다”라는 칭송 시가 전해져 오는데, 결코 과장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우리나라 국립공원에 해당하는 중국의 A급 국가풍경구는 꽤 비싼 입장료와 함께 거의 모두 입산 절차를 강력하게 통제한다.화산
예부터 전해 오는 중국 오악이란 동악-태산(1545mㆍ산둥성), 서악-화산(2160mㆍ산시성), 남악-형산(1290mㆍ후난성), 북악-항산(2017mㆍ산시성), 중악-숭산(1512mㆍ허난성)의 다섯 명산을 말한다.“오악을 가보지 않고는 중국 산을 논하지 말라.” 트레킹꾼의 필수 코스란 뜻으로 해석된다.저마다 독특한 경관을 자랑할 뿐 아니라 황제가 하늘에 제를 올리는 봉선 의식이 치러진 유서 깊은 명산이기 때문이다. 오악 트레킹 준비 과정도 착착 진행됐는데, 먼저 중고교 동기 동창생 단일팀으로 구성한 다음, 주말 혹은 주중에도 시간을
나지막한 야산과 호남평야를 터전으로 10대를 보냈다. 서울에 온 20대 청년에게 산 오르기의 맛과 멋을 제공한 최초의 산은 도봉산과 불암산이다. 공릉동 캠퍼스와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지금 돌이켜보면 참 우스꽝스런 짓이지만, 당시엔 인기척 별로 없는 산속에서 "야호!"를 외치며 나름 스트레스 풀곤 했다. 내게 불암산과 도봉산 기슭은 그런 외침의 장소로 제격이었다.반세기도 훨씬 더 흐른 까마득히 지난 시절의 단상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시국 문제로 전국 대학에 휴교령이 내려지자 친구 둘과 3박 4일 동안 설악산을 비롯한 강
캠핑카 한 대는 쥬시렌트카 직원이 와서 점검해보고, 사고위험이 있다 하여 정비공장으로 가지고 갔다. 우리는 다음 일정을 생략하고 소형차 한 대를 빌려서 LA로 직행하였다. 바닷가에 위치한 LA 독웨일러비치 RV에 자리를 잡았다. 캠프사이트 도착 후 쥬시렌트카 회사에 가서 새로운 캠프카로 교체해 왔다. 이동과 차량을 교체하는 데 꼬박 하루를 허비했다. 이로써 미국 중서부 캠핑카 여행은 종료하고 남은 시간은 LA 인근에서 보내기로 하였다.미국 마지막 여정은 LA에서 6명이 다 같이 골프 하는 것으로 마감했다. 저녁 식사 후 해변에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