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함양군엔 주말 농장을 계획했다 귀촌까지 하게 된 사람이 있다. 생각보다 큰 대지에 농막 대신 자그마한 나뭇집을 짓고 산 지가 3년째다. 차영미 씨가 주인공이다. 모르는 이들은 여자 혼자 시골에 사는 게 무섭지 않냐며 걱정한다. 차 씨는 모든 일상이 좋다.
도시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치열하게 살았던 차 씨에게 돈 버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이곳의 삶은 미소가 절로 나온다. 꽃 핀 잡초를 매는 일도, 어쩌다 집안에 들인 아궁이에 홀로 장작을 때는 일도 행복하다.
얼마 전부턴 아이들이 내려오면 자고 가라며 2층 방을 내어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반응이 심상치가 않다. 다들 큰 한숨 내쉬고 올 수 있는 이곳의 소소한 하룻밤이 좋다며 그의 나무집을 끊임없이 찾아오는 것. 차 씨는 어리둥절하다.
전라남도 담양군엔 매일 물레를 돌리는 하루가 행복하다는 조정숙 씨가 있다. 그는 낮엔 공방을 작업실로 쓰고, 밤엔 사람들을 위해 공유 숙소로 함께 나누는 중이다.
오늘은 공방에 봄맞이 새 단장을 하는 날이다. 여기저기 손 볼 곳이 많다. 조 씨를 도와주기 위해 동생까지 찾아왔다. 자매는 세월의 흔적으로 칠이 벗겨진 대문에 초록빛 오일 스테인을 바르고 시린 겨울을 이겨낸 땅에 봄을 알리는 꽃들을 심었다. 하지만 조 씨가 이 공방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죽녹원이 보이는 자신의 작업 공간에서 물레를 돌리는 일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파도 소리 같다는 그는 동생과 함께 죽녹원 산책을 나선다.
늦게 꽃 피워낸 꿈이지만 지금 이 순간 매일이 감사하다는 그의 선물 같은 하루를 만나본다.
두 사람의 독특하고 평범한 일상은 7일 밤 9시 30분 방송되는 EBS 1TV 시사ㆍ교양 프로그램 ‘한국기행’에서 볼 수 있다.
‘한국기행’은 대한민국의 숨은 비경을 찾아 떠나는 공간 여행이다. 역사와 풍습, 건축, 문화의 향기를 느끼고 전하는 아름다운 시간 여행이기도 하다.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살아있는 현장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