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 봄 향기 물씬 풍기는 걷기여행길 4곳

[관광레저신문=왕진화 기자] 시간은 누구에게나 갖는 의미가 다르다. 올해의 5월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에게는 유달리 화목했던 가족과의 추억으로, 또 어떤 이에게는 우박이 내렸던 조금은 낯선 늦봄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 다른 이는 문학 작품을 떠올려봤을 수도 있다. ‘오월’은 시인이자 수필가인 피천득(皮千得)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참신한 은유적 수사법을 사용해 청순하고 깨끗한 5월의 이미지를 표현한 이 수필은 마치 한편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작가는 청순하고 싱싱하고 생동감 넘치는 5월의 이미지를, 방금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 살의 청신한 얼굴과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투명한 비취가락지라고 노래한다. 또한 그에게 5월은, 또 앵두와 어린 딸기와 모란의 계절일 뿐만 아니라 전나무의 뾰족한 바늘잎마저 연한 살결처럼 느껴지는 신록의 달이다. 맑고 순결한 신록의 아름다움에서 젊은 날의 외롭고 쓸쓸한 죽음의 기억을 떠올린 작가는 그 죽음의 이미지와 대비되어 신록의 싱그러운 생명력이 더욱 찬란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노래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5월의 걷기여행길은 싱그러운 봄 날씨와 어울리는 길로 총 7곳이 선정되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전 기사에 이어 난이도가 비교적 쉬운 걷기여행길 4곳을 소개한다. 붙잡고 싶은 봄, 푸르른 녹음이 점점 울창해져가는 찰나의 순간을 즐기며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감동 벼룻길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평균 고도 300m쯤 되는 전북 진안 고을을 흔히 ‘진안고원’으로 부른다. 진안고원길은 마을길·고갯길·숲길·옛길·논길·밭길·물길 등을 두루 걸으면서 진안군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100여 개 마을과 50여 개 고개를 지나며, 마을과 마을의 문화를 이어준다. 11-1코스 감동벼룻길은 감동마을 주민들이 과거 용담면과 안천면 등으로 마실갈 때, 아이들이 학교 갈 때 이용했던 길이다. 금강을 따르는 이 길에는 도로는 물론 인공 시설물 하나 없어 투박하고 순박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코스경로는 용담체련공원 ~ 신용담교 ~ 섬바위 ~ 벼룻길 ~ 감동으로,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버그내 순례길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버그내 순례길은 충남 당진 합덕읍에서 삽교천을 따라 이어지는 약 13킬로미터의 걷기길로 그 이름은 합덕 장터의 옛 이름인 ‘버그내’에서 유래되었다.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성지에서 조선의 카타콤베라 불리는 신리성지까지 조성된 버그내 순례길은 대한민국 천주교 역사상 가장 많은 신자와 순교자를 배출한 명실상부 국내 최대의 천주교 성지다. 2014년에는 천주교회 최고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찾았고, 2016년에는 아시아도시경관상을 수상하는 등 겹경사를 누리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순례길로 발돋움하였다.
코스경로는 솔뫼성지 ~ 합덕제 ~ 합덕성당 ~ 합덕수리민속박물관 ~ 합덕농촌테마공원 ~ 합덕제중수비 ~ 원시장 원시보 우물터 ~ 무명순교자의 묘 ~ 신리성지으로, 소요시간은 넉넉잡아 4시간이다.
 

오리숲길 세조길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오리숲길·세조길은 충남 보은의 속리산 문장대 가는 등산로 옆으로 새롭게 걷는 길을 닦아 만들었다. 조선 세조가 속리산을 수차례 다녀간 것을 이름에 담은 것으로 아름다운 침엽수림과 달천계곡을 사이에 두고 그림 같은 길이 4km 정도 이어진다. 법주사 문화재입장료를 내야하므로 자연스럽게 법주사 관람을 함께 하게 된다. 1.2km 정도는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무장애탐방로로 조성되었다.
코스경로는 속리산 버스터미널 ~ 오리숲길 입구 ~ 법주사 매표소 ~ 법주사·오리숲길 끝·세조길 입구 ~ 탈골암 입구 ~ 세심정 갈림길로,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이 걸린다.
 

해인사 소리길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경남 합천의 가야산 소리길은 가야산국립공원 아래 팔만대장경을 모신 해인사와 그 아래 홍류동 계곡을 따라 이어진 6km의 길이다. 논두렁길과 소나무숲길, 민가 사이로 난 작은 고샅길 등 길맛이 있다. 또 5월이면 졸졸졸 흐르는 홍류동을 따라 신갈나무·굴참나무·상수리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팝콘처럼 꽃을 틔우는 이팝나무 향이 진동한다. 두어 시간이면 족한 소리길엔 농산정·칠성대·낙화담 등 16곳의 명소를 지나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코스경로는 대장경테마파크 ~ 소리길탐방지원센터 ~ 농산정 ~ 길상암 ~ 영산교로,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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