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화 여행작가 칼럼] 슬로베니아(Slovenija)는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와해되면서 생겨난 독립 국가다. 한반도의 11분의 1 정도의 작은 나라다. 호반의 도시인 블레드(Bled)는 단언컨대 유럽 도시 중 최고로 아름다운 곳이다.

글, 사진=이신화 여행작가
 

블레드 페스티벌


슬로베니아 ‘블레드’는 많은 여행 정보서에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손꼽히고 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왕족들은 이곳에 그들만의 빌라를 지었고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되면서 유고슬라비아 왕국에 편입되었을 때도 왕실의 여름 거처로 사용됐다. 1947년에는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인 요시프 브로즈 티토의 별장이 건설됐다. 또 김일성 북한 주석도 이곳 풍치에 반해 14일 동안이나 머물다 갔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그에서 밤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블레드에 도착했다. 새볔녘, 블레드 레스(Bled Lesce) 기차역에서 내렸다. 기차역에서 함께 내린 몇 명의 팀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무렵, 어쩔 수 없어 택시를 탔다. 4~5km 떨어진 지점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블레드는 결코 화려하지 않다. 그저 작은 시골마을일 뿐이다. 그러나 블레드 성, 그리고 호수 한 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블레드 섬’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가히 환상이다. 그저 카메라만 들이대도 엽서, 캘린더 사진이 된다. 잠시 내 몸을 움직여 호수를 따라 걸으면 또 다른 모습이 되는, 신기한 형상이 연출된다.

그리고 항상 눈길을 부여 잡는, 마을 뒤를 넓게 펼치고 있는 산이 있다. 바로 알프스 산이다. 알프스가 어찌 스위스에만 있겠는가? 유럽의 많은 나라가 공유하는 산으로 절반 이상을 오스트리아가 가지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도 지분을 갖고 있고 슬로베니아도 발을 걸치고 있다. 슬로베니아 쪽을 ‘줄리안 알프TM의 진주’라고 부르는데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북서부 산악지대다. 트리글라브 산(2864m) 등 2000m 이상 고봉이 줄줄이 이어져 있고 6월까지도 잔설이 남아 있다. 햇살이 비칠 때면 한 여름에도 눈이 뒤덮힌 듯 착각하게 한다.
 

호수 속의 물고기들.


블레드 호수는 이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들어 만들어졌다. 둘레 6km의 작은 호수이지만 슬로베니아의 제일 가는 명소다. 더 나아가 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동유럽의 스위스’, ‘알프스의 양지바른 곳’이라는 슬로베니아 별명이 붙었다. 호수의 물 색은 울릉도의 바다 물빛을 닮았다. 옥색이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다. 맑은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와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오리떼, 백조가 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블레드 호수는 바다가 아닐까 착각하게 된다. 찾아온 관광객들은 아무 곳이나 자리를 틀고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강아지도, 오리도 함께 헤엄친다. 거기에 윈드서핑, 나룻배타기, 낚시하기, 보트 노젖기 등은 흔하다. 이 나라 사람들은 여름철보다 9~10월에 더 물놀이를 즐긴다. 그때가 가장 적기인 것은 비가 내리지 않고 햇살은 여전히 강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호수의 명물은 전통 나룻배 ‘플레타나(Pletna)’다. 블레드 호수에 떠 있는 블레드 섬까지 안내해준다. 그런데 이 나룻배는 블레드 호수엔 23척만 노를 저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시대 때부터 그랬단다.
 

플레타나 뱃사공.

블레드 섬은 선사 시대에 사람이 살던 흔적이 남아 있다. 교회가 세워지기 이전에는 슬라브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과 풍요의 여신인 지바(Ziva)의 성지로 여겼다. 섬은 양 끝으로 총 99개의 계단이 이어준다. 계단을 넘어서면 바로크식 교회 ‘성모마리아 승천 성당’이 1000년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성당 내부에 있는 ‘행복의 종’을 울리면 성당은 소원을 이뤄준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블레드 섬에는 시도때도 없이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결혼식 장소로 유명하다. 이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신랑이 신부를 안고 99개의 계단을 올라가서 성당 내부의 `행복의 종`을 울려야 한다는 전통이 있다. 아마 힘이 좋은 신랑이어야 할 것이다.

호숫가 절벽 위에는 블레드의 상징인 블레드 성(Bled Castle)이 자리한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자리한 성은 항상 시선을 멈추게 만든다. 호수+블레드 섬+블레드 성은 트리플로 이뤄져 있다. 블레드 성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잘 찾아내지 않으면 심히 발품을 팔아야 할 것이다. 블레드 성은 1004년 독일 황제 헨리 2세가 주교에게 영지를 하사한 것을 기념해 로마네스크 양식의 탑만 있던 자리에 세워진 것이다.
 

블레드 성.

블레드 성에서 바라보는 도시 전경 또한 매혹적이다. 피크에는 오후 8시까지 입장료를 받는다. 성 안으로 들어가야 제 맛이겠지만 원치 않는다면 반대편으로 돌아가 또 다른 풍치를 내려다 봐도 좋다. 밤이 되면 블레드 성에 불이 밝혀진다. 마치 불이라도 난 듯 타오르는 성의 모습은 여행객의 시름을 절로 녹인다.

*여행 Tip

*교통편: 슬로베니아로 가는 직항 항공편은 없다. 한국과 직항으로 이어지는 가장 가까운 공항은 독일의 뮌헨 공항(408㎞). 류블랴나까지는 저가항공이나 유레일패스를 이용해 기차로 이동하면 된다. 그 외에도 베네치아(249㎞), 빈(375㎞), 크로아티아 자그레브(134㎞)에서 연계하면 된다. 블레드에서 빈트가르까지는 아주 가깝지만 걸어갈 정도는 아니다. 버스는 오전에 딱 두 번(9시, 10시)뿐이다.

*먹거리: 블레드에는 독일의 크림 케이크에서 유래된 슬로베니아의 크림 케이크인 크렘나 레지나(kremna rezina)가 아주 유명하다. 바, 호텔 등, 대부분 먹거리 파는 곳에서는 먹을 수 있으나 맛의 차이가 나므로 잘하는 집을 찾자. 달지 않아 맛이 아주 좋다. 그 외 블레드의 전통음식점을 찾거나 비싸지 않은 피자 등으로 해결해도 좋다. 슬로베니아 맥주로는 라스코 (Lasko)가 있다.

*숙박정보:블레드는 호수를 끼고 호텔, 펜션들이 즐비하다. 스파를 즐길 수 있는 고급 호텔도 있으며 캅스(Kaps) 비앤비가 트립어드바이저 추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 시골 마을은 저렴한 호스텔도 도심과 다르게 가정집을 개조한 곳이어서 전혀 불편하지 않다. 블레드에는 4-5개의 호스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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