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을 품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내포 지역 충청남도 홍성. 그곳에 ‘서해의 등대’라 불리는 오서산이 있다. 홍성과 보령 경계에 있는 금북정맥의 최고봉인 산. 오서산은 육해공의 풍광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하고 진귀한 산이다. 이곳이 고향인 화가 박석신 씨가 그리움을 품은 고향산으로 걸음을 옮긴다.
산행에 앞서 홍성의 유일한 유인도 죽도를 만나러 간다. 배를 타고 약 15분만 나가면 소박하지만 정겨움이 가득한 죽도 둘레길이 맞이한다. 죽도는 예로부터 대나무가 많은 전형적인 섬마을이다. 최근 몇 년 전 조성된 둘레길은 마을 전체를 둘러싼 완만한 트레킹 코스로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천수만의 비경을 보여준다. 서해 전망은 광활하게 펼쳐져 마음마저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고요하지만 찬란한 서해를 바라보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서해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오서산은 가을 억새밭이 유명해 겨울 매력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억새가 다 지고 난 자리에는 눈꽃이 피고 시원하게 펼쳐진 넓은 풍경은 마음 깊이까지 따뜻함을 준다. 서해 최고봉이라는 산답게 초입부터 숨이 가파를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잘 닦여진 숲길과 1600여 개의 계단을 차근히 올라가면 된다. 서해 바람에 깎여진 기암괴석과 강인한 생명력으로 독특하게 자라는 소나무 절경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단순하지만 개성들이 가득한 경관은 한 폭의 수묵화가 따로 없다.
매끄러운 흙길과 계단으로 천천히 가면 될 것 같은 산행은 길게 이어진 능선으로 점점 숨이 차기 시작한다. 내리막 없이 발걸음은 계속해서 오르기만 하니 다리는 점점 아파지고 허리가 굽어진다.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면 선물처럼 탁 트인 서해 전경이 인사를 한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다. 차오르던 숨은 시원하게 불어오는 서풍에 숨이 트이고 산행의 노고는 금세 잊게 된다.
광활하게 펼쳐진 평지와 이어진 서해 전경은 마치 어머니의 넓은 품처럼 느껴진다. 다시 걸음을 옮기면 푸른 소나무와 하얗게 눈 덮인 산길이 맞이한다. 미끄러운 눈길에 넘어지지 않게 조심히 발을 내디디면 다시 숨이 가빠지고 멀리 있는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발걸음은 금세 가벼워진다. 정상에 다다르면 하늘은 손에 닿을 것만 같이 높다. 고향의 품처럼 우뚝 솟아 서해를 밝히는 오서산을 20일 아침 방송되는 KBS ‘영상앨범 산’에서 만나본다.
‘영상앨범 산’은 전문 산악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국내외의 명산을 찾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