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캠핑카 여행 5일차
오늘은 캠프사이트를 이동하는 날이다.
캠프사이트도 용어가 여러 가지다. 호주에서 제일 흔하게 쓰이는 단어는 홀리데이파크(Holiday Park)다. 자주 사용하는 용어이다 보니 우리는 줄여서 ‘홀팍’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외에 카라반파크(Caravan Park)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큰 차이는 없지만, 홀리데이파크에는 조립주택 형태의 고정식 건물도 많이 있는 데 반해 카라반파크는 캠핑카 중심이며 주택형태는 없다. 두 단어를 섞어서 쓰는 데도 있다. 이외에 캠프그라운드(Camp Ground), 투어리스트파크(Tourist Park)라는 용어를 쓰는 데도 있다. 여기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익숙한 단어인 캠프사이트라 칭하기로 한다.
찾는 방법은 구글 지도에서 관심 지역 검색하는 방법도 있고, 다양한 앱을 통해서 검색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아폴로캠핑카 운전자들에게 할인 혜택이 있고, 체인형 홀리데이파크인 NRMA나 Big4에 주로 묵었다. 무료사이트들도 있지만, 대개 화장실만 있고 전원ㆍ용수 공급,샤워실, 세탁실 등이 불편해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이용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여행객들이 많은 시기가 아니고 우리 일정이 미리 정해진 날짜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직접 방문해 숙박비를 지불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몰론 앞으로 가게 될 지역 중 캠프사이트가 거의 없는 브리즈번은 예약을 했지만….
첫 번째 묵은 애들레이드의 홀리데이파크는 코로나 영향인지 우리 같은 여행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주민들의 준 거주지로 변모한 느낌이었다. 주택가격이 많이 오르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도심 주택에서 밀려나 이런 캠프사이트에 와서 정박형 캠핑카에 거주하거나 조립식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생각된다.
캠프사이트 입장에서도 여행객 고객이 크게 줄어들거나 단절된 상태에서 이들 고정 거주자들을 저렴한 가격에 수용했을 개연성도 높아 보인다. 놀이시설도 많아서 아침 일찍부터 뛰노는 아이들이 많으며 표정이 참 밝다. 어찌하여 여기서 거주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살아가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니 캠프사이트 수영장은 새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오늘은 그레이트오션로드 초입까지 최대한 이동할 계획으로 출발했다. 이번 여행 후 최초로 시작되는 장거리 운전이다. 이런 날은 교대로 운전을 해야 피로도도 줄이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문제는 네 사람 모두 차량의 좌측통행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익숙해진 운전자를 자주 교대해주는 것보다는 가능하면 많이 가고 운전대를 넘겨주는 방식을 취했다. 운전석이 우측에 있다 보니 무의식중에 차량이 자꾸 좌측으로 쏠리고 왼쪽 갓길을 침범하곤 한다. 그래서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궤도이탈 기미가 보이는 대로 지적해주어야 한다. 또 운전하는 사람은 운전대 앞의 특정 포인트와 우측차선을 일치시키는 방식을 취하면 차선유지에 도움이 된다.
고속도로 중간에서 만난 모터리스트 파크(Motorist Park)에서 주유도 하고 햄버거로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에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가까운 산길로 접어들다 보니 주유소 간 거리가 너무 멀다. 우리 차 주유게이지는 운전석 앞 화면 속도계 아래에 있고 반원 형태로 눈금이 세워져 있는데 주유 눈금이 처음에는 천천히 돌아가고 나중에는 빨리 돌아가는 것을 몰랐다. 자세히 보니 초반의 눈금은 후반부 눈금보다 훨씬 굵다. 기름이 바닥날까 노심초사하는 경험을 했다. 앞으로는 눈금이 절반만 오면 주유하는 것이 땅 넓은 이 나라에서 여행하는 안전한 방법이라 작심했다.
남반구 최남단 지역이고 늦가을로 접어들다 보니 다섯 시 조금 넘어가면 해가 일찍 진다. 포틀랜드라는 지역으로 목적지를 확정하고 산길을 최대한 빨리 달렸다. 물론 속도제한은 열심히 지켰다. 걸리면 대가가 크다고 알고 왔고, 다른 차들도 열심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포틀랜드에 도착하여 우선 울워스에 들러 식재료를 보충하러 세 사람은 하차하고, 나는 차에 남아 캠프사이트를 알아봤다. 작은 시골 동네이다 보니 캠프사이트가 거의 없다. 겨우 찾아 전화로 연락해보니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있다고 하지만 우리 차량 크기를 물어본다. “Very big motor home”이라고 했더니 수용이 안 된다고 했다. 낙심한 표현을 감지하더니 “Portland free holiday park”를 검색해보라고 한다. 다행히도 인근에 무료 캠프사이트가 하나 있었다.
간신히 찾아 들어가니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 차를 세웠다. 다른 차들은 대부분 차만 세워두고 다른 데서 숙식하는 듯하다. 차에 구비된 화구만 사용해서 삼겹살볶음을 만들고 식빵을 곁들여 저녁을 해결했다. 물론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와인은 곁들였다. 무료사이트이지만, 샤워장도 한 개가 있어 교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외부전력도 연결이 안 되는 노파워(Non powered)사이트이므로 핸드폰 충전도 일부 포트만 가능하다.
오늘 이동한 거리는 총 550㎞이다. 남호주 주에서 빅토리아 주로 넘어오면서 시간도 30분 빨라졌다.
호주 캠핑카 여행동반자들
▣ 이상국
1954년 경북 예천 출생. 호주 캠핑카 여행기획. 실질적 리더. 종금, 창투사, 자연과환경 북경 대표 역임.
▣ 하일봉
1957년 경남 밀양 출생. 호주 캠핑카 여행 경비지출 및 회계 담당. 증권사 채권부장 역임.
▣ 박경제
1957년 경북 경주 출생. 꼼꼼한 성격. 메인 셰프 역할. 국책은행, ㈜이로움 대표.
관련기사
- [강무희의 호주 캠핑카 여행] 독일마을 한돌프와 웨스트비치파크 골프장 라운드
- [강무희의 호주 캠핑카 여행] 애들레이드 시내 관광
- [강무희의 호주 캠핑카 여행] 6인승 아폴로캠핑카 인수…우여곡절 끝에 캠프사이트 도착
- [강무희의 호주 캠핑카 여행] 호주대륙 반 바퀴 5000㎞ 대장정 출발
- [강무희의 호주 캠핑카 여행] 여행의 하이라이트 그레이트오션로드
- [강무희의 호주 캠핑카 여행] 다시 찾은 12사도와 깁슨스 스텝스
- [강무희의 호주 캠핑카 여행] 캥거루 천국 앵글시 골프클럽에서 색다른 라운드
- [강무희의 호주 캠핑카 여행] 멜버른 인근 골프장에서 환상적인 라운드…디보트 한 점 없는 뽀송뽀송한 페어웨이
- [강무희의 호주 캠핑카 여행] 살기 좋은 도시 멜버른, 퀸빅토리아가든ㆍ빅토리아국제갤러리를 둘러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