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강욱순골프아카데미에서 만난 강욱순. (사진=오상민 기자)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강욱순골프아카데미에서 만난 강욱순. (사진=오상민 기자)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스포츠ㆍ레저 시설이 있다. 한국프로골프 레전드 강욱순(56)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골프아카데미다.

이곳은 파3 9홀과 비거리 210야드의 120타석 드라이빙 레인지, 어프로치 벙커 연습장, 분석 센터 등 골프 시설은 물론이고,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공공체육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는 초대형 스포츠ㆍ레저 시설이다. 강욱순이 선수 생활을 접은 뒤 5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이른 아침, 지도자 겸 사업가로 변신한 강욱순을 찾아갔다. 지난 5년을 뒤돌아보면서 향후 5년을 내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드라이빙 레인지가 있는 메인 건물에는 강욱순의 집무실이 있다. 넓고 쾌하고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사무실이었다. 그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누군가가 찾아오면 항상 차를 내어준다. 겨울에는 몸이 따뜻해지는 보이차를 마시고, 여름에는 몸이 시원해지는 녹차를 즐긴다.

커피는 일절 마시지 않는다. 선수 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면 심박 수가 빨라져서 골프를 하는 데 지장이 있었다고 한다. 선수 시절 오랜 습관과 루틴이 지금도 그대로 변치 않고 남아 있는 듯하다.

- 아카데미 문을 연 지 5년이 지났다. 지난 5년을 돌이켜본다면?

△ 아카데미를 운영한 지는 5년이 지났지만, 준비 과정은 10년이 걸렸다. 2007년부터 준비해서 2017년에 문을 열었으니 꼬박 10년이다. 그땐 선수 생활을 하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정말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도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생각할 할 틈도 없었다. 사업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 일에 몰두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마 준비 과정에서 선수 생활을 하지 않고 이 일에만 몰두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 어떤 면에서 힘들었는지?

△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오픈하고 첫해부터 3년까지 제일 힘들었다. 이 일을 계획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고민도 많이 했다. 이 좋은 시설이 없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끝까지 버텼다. 그랬는데, 4년 차부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할만하다.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던 건 이 일에 대한 보람 때문이었다.

-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지도자 생활도 함께하고 있는데, 선수 생활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 운동선수는 순수해야 한다. 의심이 많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 운동에 집중하지 못한다. 때 묻지 않아야 하고 결과에 승복할 줄 알아야 한다. 때 묻지 않은 운동선수가 성공한다. 나 역시 순수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럴수록 더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반면에 사업은 다르다. 운동만 할 때는 사업하면 쉽게 돈을 버는 줄 알았다. 운동은 경기가 끝나면 바로 성적이 나오는데, 사업 실적은 곧바로 나오지 않는다. 10년 이상 내다보면서 경영해야 한다. 엄청난 인내력과 꾸준함이 필요하다.

강욱순 프로가 강욱순골프아카데미 파3 연습장에서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오상민 기자)
강욱순 프로가 강욱순골프아카데미 파3 연습장에서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오상민 기자)

 

- 하루 일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 아침 8시 30분까지 출근해서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에는 선수들과 함께 파3를 돌면서 운동을 봐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후 6시까지 아카데미에서 선수들과 지내려고 한다. 중간중간에 회의도 있고,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보고도 받고 업무를 처리해야 할 것이 있어서 쉽지는 않다.

선수 시절 화려한 명성 때문인지 선수를 보는 눈도 까다로울 것 같다. 선수를 보는 특별한 안목과 철학이 있는가?

△ 그렇지는 않다. 골프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운동이다. 다른 스포츠는 힘이면 힘, 순발력이면 순발력, 신장이면 신장, 지구력이면 지구력이다. 한 가지 운동능력이나 기능에 치우친다. 골프는 그렇지가 않다. 강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장타 치면서 쇼트 게임도 잘해야 좋은 스코어가 나온다. 골프처럼 여러 운동신경을 고루 갖춰야 하는 종목은 거의 없다. 그래서 어린 선수를 볼 때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서 폭넓게 살펴봐야 한다.

재능이 없어도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인지?

△ 흔히 동물적 감각이라는 말을 한다. ‘그것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오랜 시간 훈련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승부욕이나 멘탈도 마찬가지다. 오랜 연습을 통해 길러지기도 한다.

그런 아이를 본 적이 있나?

△ 물론이다. 아이의 재능을 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멘탈, 몸,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세 가지 중에서 기술은 내가 넣어준다. 멘탈과 몸은 가정환경과 성장 과정이 중요하다.

한 학부모가 우리 아카데미에 찾아와 아이를 봐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기분이 썩 내키지는 않았다. 아이는 초보였고 재능(멘탈ㆍ몸)도 없어 보였다.

내가 본 것은 부모님의 의지였다. 골프는 아이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순수한 마음과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난 부모에게 ‘내가 가본 길이 있기 때문에 날 믿고 따라달라’고 했다. 그렇게 아이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기술과 몸이 아주 좋아졌다. 누구라고 말할 순 없지만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겸 사업가로서 5년을 보냈다. 앞으로 5년을 준비하고 계획한다면?

△ 아카데미가 자리를 잡기 전에는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는데, 그것은 이루어졌다. 앞으로 5년은 두 가지 바람을 가지고 일할 생각이다. 첫 번째는 내 제자들의 미국 투어 우승이다. 선수 생활하면서 내 꿈은 미국에서 우승하는 것이었는데, 우승하지 못했다. 지금은 내 제자들이 대신 우승했으면 좋겠다. 세계적인 선수로 키우고 싶다. 두 번째는 모든 사람의 건강한 골프다. 골프를 하면서 몸을 망가트리는 아마추어 골퍼가 너무나 많다. 골프는 잘하면 좋은 약이지만, 못하면 독이 된다. 결과가 극과 극이다. 좋은 운동을 건강하게 즐길 수 있어야 우리 사회도 밝아진다.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은 골프밖에 없다. 골프를 대중에 더 열심히 전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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