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에 도착하기로 상정한 날짜보다 하루 여유가 있어 골프를 한 번 더 하기로 했다. 하지만 골프장 때문에 좌충우돌한 날이다. 보통의 경우 구글지도에 ‘골프’나 ‘골프장’으로 검색하면 인근 골프장이 모두 뜬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이 구글지도로 지형을 보다 보니 가까이 스완(Swan Island)이라는 섬이 있고, 여기에 검색에는 나오지 않던 골프장이 두 군데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골프장 경관이 엄청 좋을 것 같았다. 일단 찾아가 보니 섬에 들어가는 입구가 철저히 통제된다. 안내인에게 물어보니 군사시설이라는 응답이 들린다. 설치된 다리가 우리 차는 들어가기도 힘든 좁은 형태이다. 포기하고 돌아섰다.

 

멜버른이 가까운 지역이다 보니 골프장은 많다. 인근에 또 다른 골프장을 찾아갔더니 가격은 120달러이고 오후 1시 이후에나 시간이 된다고 한다. 한적한 지방이 아니라서 그냥 무턱대고 방문할 일이 아닌 듯하다. 구글 검색을 통해서 ‘13th Beach Golf Links’라는 골프장으로 전화를 해보았다. 가격은 110달러이고, 한 시간쯤 후에 티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바로 이동해서 골프장 식당에서 식사한 후 여유시간은 연습장에서 보내고 골프를 했다. 역시 비싸니까 그만한 대가가 있다. 페어웨이에 디보트 한 점 없이 글자 그대로 뽀송뽀송하다. 모두 ‘이런 잔디 처음 밟아본다’고 이구동성이다. 하지만 벙커가 많아서 그런지 기대만큼 좋은 성적표는 나오지 않는다.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고 어제의 캠프사이트로 다시 들어왔는데 오늘도 관리인을 만날 수가 없다. 옆에 자리한 캠핑객에게 물어보니 하루에 30달러이고 입구에서 지불했다고 한다. 이사장이 도보로 한 바퀴 돌면서 관리자를 수소문했더니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어제도 그냥 들어와서 자고 아침에 일찍 나간 것도 알고 있더란다. 경우에 따라 낭패를 겪을 수도 있었겠다. 아무튼 무사히(?) 이틀 치 요금을 내고 맘 편히 묵게 되었다.

 

다섯 시 조금 넘으면 해가 지니 저녁 식사를 마쳐도 7시가 안 된다. 특별히 할 일도 없다. TV는 비치되어 있지만 틀어본 적도 없다. 해가 빨리 지는 것에 비례해서 아침에는 해가 늦게 뜬다. 나이도 들고 밤이 길다 보니 도중에 화장실 다녀올 일들이 생긴다. 대형 캠핑카 안에는 기본적으로 화장실 및 샤워룸이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장소가 필요한 시간이 아침이든 저녁이든 서로 비슷하다는 문제도 있고 여기를 사용하면 뒷처리가 복잡해진다. 밤에 사용할 경우 소음문제도 피차 신경 쓰인다. 뉴질랜드 여행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여기를 짐칸으로 전용하였다. 이동 중에도 소변이 급하면 차를 세우고 대충 해결하기도 한다. 여성이 포함된 캠핑카 여행을 할 경우는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렌트한 아폴로캠퍼밴의 구조는 총6인 잠자리가 가능하다. 맨뒤쪽 여유 공간은 낮에는 원형 테이블로 사용할 수 있고 밤에는 침대로 변형이 가능하다. 두 명이 잘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낮에 구조변형을 안 하고 계속해서 침실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차량 중간에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명씩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주행 시에 안전벨트도 구비되어 있다. 이 공간이 밤에는 침대로 변형이 가능하며 두 명이 잘 수 있다, 문제는 드나드는 문 옆에 있어서 밤에 누군가가 화장실이라도 다녀오게 되면 잠을 설치게 되고 자리도 협소하다. 이번 여행은 네 명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공간은 침대로 변형할 필요성이 없어서 계속 마주 보는 좌석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대형 캠핑카 특징인 운전석 위쪽 튀어나온 부분이 두 명의 침실이다. 사다리를 이용해서 오르락내리락한다. 일어설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도 커다란 단점이다. 특히 안쪽에 자리 잡은 사람이 중간에 내려오려면 힘들고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차량에서 누군가 이동이 발생하면 차량이 조금은 흔들리게 되고 대개 다른 사람의 수면을 방해하게 된다. 이 외에도 문을 여닫을 때나 중간에 받침대를 밟을 때 최대한 조심해서 얌전히 움직여야 민폐를 줄일 수 있다. 좁은 공간에서 두 명씩 붙어서 자다 보니 뒤척임이나 무의식중의 움직임이 옆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고 침구 정리라는 짐을 벗어나기 위해서 침낭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안에 들어가면 몸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한정하기 때문에 옆 사람에게 폐 끼칠 일이 줄어든다.

이런저런 환경 탓에 수면시간은 길어도 수면의 질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느껴진다. 내 경우야 잠자는 데는 전천후이지만.

호주 캠핑카 여행동반자들

▣ 이상국

1954년 경북 예천 출생. 호주 캠핑카 여행기획. 실질적 리더. 종금, 창투사, 자연과환경 북경 대표 역임.

▣ 하일봉

1957년 경남 밀양 출생. 호주 캠핑카 여행 경비지출 및 회계 담당. 증권사 채권부장 역임.

▣ 박경제

1957년 경북 경주 출생. 꼼꼼한 성격. 메인 셰프 역할. 국책은행, ㈜이로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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