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차 멜버른
오늘은 특별한 관광일정이 없는 날이다. 시내 관광을 더 하고 싶은 생각들도 없고 멜버른 주변 지역을 탐색해봐도 해변 관광지가 대부분이고, 그레이트오션로드를 지나온 터라 그런지 쉽게 마음이 가는 대상지가 없다. 네 명 모두의 관심사이고 취미인 골프장으로 향했다. 한국에서는 캐디피 포함하면 인당 20~30만 원인데, 여기서는 3만 원대도 있고, 비싸야 10만 원이니 한번 할 때마다 10~20만 원은 벌게 된다는 궤변도 골프장으로 향하게 하는 자기 논리이다. 물론 이 멀리까지 와서 굳이 골프를 하냐 하는 반대 논리도 있을 것도 같지만 결정은 우리의 몫이다.
사실 지난 두 차례의 캠핑카 여행과 마찬가지로 이번 여행도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사전논의가 있었다. 다들 사회에서 만나 친해진 관계이고, 나이도 다르고 출생지도 다르고 경험이나 사고방식도 다르다 보니 여러 가지로 의사충돌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 우리는 다수결을 우선하되 확실한 결론이 안날 경우 최연장자이고 이번 여행의 실질적인 리더인 이사장의 의견을 따르기로 한 바 있다. 우리 네 명 중 골프에 대한 열의가 가장 낮지만, 열심히 동조해준다.
구글 검색을 통해 찾은, 캠프사이트 인근의 메드웨이 골프클럽(Medway Golf Club)으로 갔다. 다른 골프객에게 부탁하여 첫 홀에서 단체 사진도 찍었다.
골프비는 60달러다. 카트는 이번에도 비싼 전동카트 피하고 버기(buggy)를 빌려서 쳤다. 페어웨이 상태는 썩 좋지는 않지만,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오늘의 스코어는 나무들이 많은 영향을 준다. 페어웨이를 조금만 벗어나면 커다란 나무가 앞을 가로막는다. 우리의 실력으로 미루어 보면 한 타를 손해 보더라도 안전지역으로 빼내는 게 사후적인 정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나무 사이로 보이는 조그만 틈이 가져다주는 유혹을 못 떨치고 버벅거린다. 스코어가 좋을 리가 없다. 스코어를 방해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좁고 솟아있는 그린이다. 대개 한국 골프장의 그린 크기 절반에도 못 미치고 소위 포대그린이다 보니 온(On) 하기가 쉽지 않다. 이외에도 이 골프장에는 골프 못 치는 또 하나의 핑계가 있다. 페어웨이에 경사도가 심해 중앙으로 잘 날아간 것 같은 공을 한참을 걸려 좌측 러프에서 발견한 경우도 있다. 여하튼 한국에서 친 것보다 10만 원 이상 돈을 번(?) 날이다.
두 번째 세탁을 했다. 세탁기 4달러, 건조기 4달러로 네 명의 묵은 빨래를 세탁했다.
위도가 높은 지역이고 겨울로 접어들고 있어 춥고 여섯 시면 컴컴해진다. 옷도 두툼하게 입고 양말도 신고 내 잠자리가 있는 2층으로 일찌감치 올라갔다.
호주 캠핑카 여행동반자들
▣ 이상국
1954년 경북 예천 출생. 호주 캠핑카 여행기획. 실질적 리더. 종금, 창투사, 자연과환경 북경 대표 역임.
▣ 하일봉
1957년 경남 밀양 출생. 호주 캠핑카 여행 경비지출 및 회계 담당. 증권사 채권부장 역임.
▣ 박경제
1957년 경북 경주 출생. 꼼꼼한 성격. 메인 셰프 역할. 국책은행, ㈜이로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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