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웅장하고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 화산. 중국 5악 중 으뜸으로 꼽힌다.
화산. 웅장하고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 화산. 중국 5악 중 으뜸으로 꼽힌다.

 

나지막한 야산과 호남평야를 터전으로 10대를 보냈다. 서울에 온 20대 청년에게 산 오르기의 맛과 멋을 제공한 최초의 산은 도봉산과 불암산이다. 공릉동 캠퍼스와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지금 돌이켜보면 참 우스꽝스런 짓이지만, 당시엔 인기척 별로 없는 산속에서 "야호!"를 외치며 나름 스트레스 풀곤 했다. 내게 불암산과 도봉산 기슭은 그런 외침의 장소로 제격이었다.

반세기도 훨씬 더 흐른 까마득히 지난 시절의 단상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 시국 문제로 전국 대학에 휴교령이 내려지자 친구 둘과 3박 4일 동안 설악산을 비롯한 강원도 여행길에 올랐는데 난생처음 접한 동해의 거친 파도와 험준한 산세, 기기묘묘한 백두대간의 풍광은 내 고향 호남에선 볼 수 없었기에 대단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강원도 여행 이후 나는 산과 대답 없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고달픈 삶의 여정을 위로받기 위해 숲과 산 그리고 바다 같은 야생의 자연을 자주 찾게 됐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지리산, 한라산, 백두산 등 트레킹 범위를 넓혔는데, 나이 예순 중반을 넘기면서 내 관심은 어느덧 해외의 산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특히 지구촌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 중국 황산과 히말라야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4310m를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옅은 구름 속의 중국 대륙을 내려다보며 이 나라의 다섯 개 명산을 모조리 체험하는 이른바 ‘중국 오악 완등’의 꿈을 꼭 이루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더 늙기 전에 오악 완등을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삼은 것이다.

 

이희찬

전 KBS 제주 총국장. 1950년 9월 15일생. 1968년 전주고등학교 졸업. 1976년 서울 공대 졸업. 1999년 KBS LA 특파원. 2003년 KBS 제주총국장. 2005년 KBS 해설위원. 2009년 경기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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