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제법 빡세게 산을 오른 우리 70대 수학여행단은 이틀째에는 평지에 자리한 공자 고향 땅 곡부를 좀 쉬엄쉬엄 걷는 일정을 마련했다. 내일의 태산 트레킹에 대비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다.
태산을 가려면 청도에서 서쪽 내륙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마침 같은 방향에 공자의 고향 곡부가 있다. 예부터 “곡부에 가면 꼭 삼공을 보라”는 말이 있다.
공묘(孔廟.) : 공자의 사당
공부(孔府) : 공자 후손의 마을
공림(孔林) : 공자와 공씨 집안 묘원
공묘는 수십 채의 전통 건물들의 집합체로서 마치 궁궐 같다. 공자는 분명 황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황금색 기와지붕, 적색 또는 황색 용무니 조각 기둥, 주홍색 벽면 등 구조물은 황실 못지않게 화려하고 웅장하다. 규모도 북경 자금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중국에서 공자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공묘의 건물들이 말해 준다. 공자 사후 춘추시대 노나라 애공 때부터 짓기 시작했으며 2500여 년의 영욕을 겪었는데 지금의 건물 대부분은 청나라 때 완성된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은 공자의 위패가 안치된 대성전이다. 청나라 강희제 등 여러 황제가 이곳을 찾아 성인 공자를 추모했는데 대성문 현판은 청나라 옹정제 어필이다.
중국 대륙 2000여 곳에 공자 위패를 모시는 대성전이 있지만, 공자 고향 곡부의 대성전은 규모로 보나 방문객 수로 보나 단연 압도적 1등이다.
공부(孔府)는 공자 후손들이 모여사는 마을인 데 수많은 관광객으로 낮 동안은 다소 소란스럽다. 이곳에서 공자 직계라는 연성공을 비롯한 공자 후손들은 쇼윈도 생활을 하는 것 같다. 마치 우리나라 전주 경기전에 사는 조선 왕조 후손의 삶처럼.
3공의 세 번째인 공림은 외곽 구릉 지대에 있으며 숲이 잘 조성돼 있다. 수많은 봉분 가운데 주인공 공자를 모신 지성묘는 공림 지역에 들어서서 가장행렬을 따라가면 틀림없다.
인구 60만의 곡부 시내는 공자를 내세우는 관광지답게 거리마다 공자 얼굴 부채 등 관련 상품으로 넘친다. 옛날식 마차에 몸을 싣고 역사의 거리 체험 관광은 공자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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