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언의 시조를 비롯해서 ‘티끌모아 태산’, ‘태산동명서일필(泰山動鳴鼠一匹)’ 등 고전에서 자주 인용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산, 이번 트레킹의 하일라이트 중국 태산이다.

태산은 1987년 중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높이가 1545m로서 5악의 독존이라는 유명도에 비해 그리 높진 않지만, 황하 하류의 넒디넓은 평원지대에서 갑자기 지반이 치솟아 오른 산이어서 단순 높이를 뒤어 넘어 중국인들에게 ‘산중의 산’, 태양이 솟는 ‘영혼의 성산’으로 대우받고 있다.

태산 전경.
태산 전경.

 

국립공원 주차장에서 갈아탄 전용 셔틀은 평일 아침인데도 인파로 북적인다. 20여 분 달린 뒤 버스가 내려준 곳은 해발 800여m의 중천문, 여기서부터는 오르막 계단 길인데 돌계단이 거의 일직선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우리 팀은 시종일관 도보를 견지하는 1진과 케이블카에 잠시 몸을 싣는 2진으로 분리 이동한 뒤 남천문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중천문에서 남천문까지 케이블카를 타면 10분 남짓, 두 발로 걸어 오르면 2시간 정도 걸리는 데 아예 태산 입구-중천문-남천문까지 7800개의 모든 계단길을 걸어 올라갈려면 보통 걸음으로 6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태산 계단.
태산 계단.

 

산허리를 휘돌며 오르는 숲길이 대부분인 한국의 산에서는 보기 힘든 지옥의 계단 길이다. 오래전부터 태산에 돌계단이 놓인 이유는 간단하다. 황제 태운 가마가 태산 정상까지 닿기 위해서다. 이제 그 옛길은 한산하고 대신 셔틀버스와 케이블카를 이용하려는 등산객으로 북적인다.

남천문에서 옥황정에 이르는 길은 황제들의 가마가 다니는 길이어서 그런지 제법 널찍하다. 산 주번을 여유있게 감상하며 중국인들과 섞여 뚜벅뚜벅 걸어 오른다.

천가라 불리는 산정 저잣거리를 지나 정상인 옥황정까지 가는 길에 도교의 유명한 궁관인 벽하사가 나온다. 태산의 여신 벽하원군을 모신 사당이다. 다시 이곳을 지나 당 현종 등 여러 황제의 봉선 의식 과정을 돌에 새긴 대관봉을 거치면 드디어 태산의 정상 옥황정에 닿는다.

옥황묘는 40~50평 남짓 되는 소박한 건물로 마당에는 ‘태산 극정 1545’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있다. 옥황정은 태산의 꼭대기, 옥황묘는 꼭대기에 있는 사원을 말한다

태산극정 비석 둘레의 울타리에는 자물쇠가 빼곡히 걸려 있고 향을 피우며 복을 비는 등산객들로 북적거린다. 옥황정 옆 난간으로 눈을 돌리면 구름 사이로 겹겹 산봉우리와 산등성이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동쪽으로 뻗어가는 태산의 산줄기를 바라보면서 문득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왜 바다 건너 한반도와 제주도까지 사람을 보냈는지 그 까닭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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