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등에 서리는 빗방울과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 범벅 속에 힘든 우중 트레킹을 두 시간 넘게 계속한 끝에 드디어 정상 축융봉에 당도했다.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악천후 속에 우리 트레킹 단원 22명은 단 한 사람의 낙오 없이 남악 정상에 오른 것이다.
남악 정상 1300m 지점에 세워진 축융전은 중국 도교의 전설 삼황오제 중 불의 신 축융을 모신 사원으로 지붕과 기둥 그리고 벽면이 특이하다.
지붕은 중국 전통 건물에서 흔히 보이는 황색 또는 청색의 기와지붕이 아니다. 쇠로 만든 시커먼 철지붕이다. 기와 모양도 곡면이 아닌 평평한 직사각 형태이며 벽과 기둥은 돌을 깎고 다듬어 쌓아서 건물 자체가 매우 투박하며 육중한 모습이다. 불교 사찰이 아닌 도교 사원이어서 그런 것 같다. 남악 형산이 도교의 성지 특히 불(火)과 장수(長壽)의 상징임을 정상에 우뚝 서 있는 축융전이 말해주고 있다.
형산은 거대한 화산이나 숭산과는 달리 오밀조밀한 72개 봉우리가 자랑거리이며 산자락마다 대륙 남부 특유의 온화한 기후 영향으로 식생이 풍부하다.
등산로 초입엔 활엽수가 무성하며 높이 오를수록 침엽수가 자생한다. 산 전체로는 교목(키 큰 나무), 관목(키 작은 나무) 등 무려 1700여 종의 나무들이 저마다 푸르름을 뽑내고 있다. 이 가운데 복엄사의 은행나무(수령 1400년)를 비롯해서 장경전의 백목련(수령 500년), 반산정의 400살 소나무가 특히 유명하다.
아쉽게도 비 때문에 남악의 산림 일부만 체험했지만, 축융봉에서의 하부 조망, 장경전의 수려함, 방광사의 심오함, 마경대의 아늑함, 수렴동의 기이함, 회선교의 험준함, 남악묘의 웅장함, 대우비의 고즈넉함 등을 형산 8절경으로 꼽는다.
중국 역사와 문명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지만, 불(火)과 장수(長壽)로 특화돼 있으며, 많은 도교 전설을 품고 있는 형산은 남방 특유의 다양한 식생에 힘입어 5악 중 남악으로서 명성과 권위를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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