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찬의 버킷리스트_중국 5악 완등(2)] 용문석굴에 서린 측천무후와 백거이

2025-06-02     이희찬

중악 숭산 트레킹과 묶어 돌아본 주변 명승지는 용문 석굴이다. 용문 석굴은 돈황 석굴, 운강 석굴과 더불어 중국의 3대 석굴로서 5세기 말 북위 효문제 때부터 수, 당을 거쳐 북송에 이르기까지 무려 8대 왕조 400년 동안 벌집 모양의 1300여 굴속에 크고 작은 불상 10여만 점이 조각되어 안치돼 있다.

벌집 모양의 용문 석굴, 로사나 불상.

 

주먹만 한 크기의 불상부터 크기 20여 m의 부처상까지 규모와 형태가 매우 다양한데 숱한 전란을 겪으면서 많이 파손됐으며 특히 모택동의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이 마구잡이로 망가뜨린 흔적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용문 석굴에서 특히 많은 인파로 붐비는 곳은 단연 로사나 불상이다. 17m 덩치의 로사나 불상은 크기도 크려니와 매우 세밀하고 정교하며 다소곳이 미소짓는 자태가 그지없이 인자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이 불상의 모델이 자식까지 죽이고 권력을 움켜쥔 잔혹한 여인 측천무후라니 도대체 말이 되는가? 아마 그녀가 집권했던 당나라 간신들이 혹은 후세 호사가들이 반어법적으로 퍼뜨린 말이 아닐까 싶다.

용문 석굴 앞 작은 강을 건너면 유서 깊은 절이 나타나는데,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18년간 머물렀다는 향산사다. 백거이는 풍광 뛰어난 이곳에서 강너머 석굴을 내려다보며 시를 짓고 지식인들과 세상을 논했다 하여 향산거사라는 별호까지 얻었다.

용문 석굴 배경으로 향산사애서 찍은 단체사진.

 

20세기 초중반 중국 대륙을 호령했던 장개석과 송미령의 여름 별장도 향산사 뒤 켠에 자리하고 있어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다음 호부터는 공자로 유명한 동악-태산을 소개하겠다.

중국 5악 지도.

 

이희찬

전 KBS 제주 총국장. 1950년 9월 15일생. 1968년 전주고등학교 졸업. 1976년 서울 공대 졸업. 1999년 KBS LA 특파원. 2003년 KBS 제주총국장. 2005년 KBS 해설위원. 2009년 경기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