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찬의 버킷리스트_중국 5악 완등(4)] 악명높은 거용관 계단 걷기로 만리장성 체험
우주선이 찍은 지구 사진에서 자취가 보인다는 만리장성. 북경에서 가까운 만리정성 포인트는 두 곳으로서 거용관 장성과 팔달령 장성이다.
둘 중 어느 곳으로 갈까. 고심 끝에 우리 트레킹단 22명은 케이블카 등 인공 설치물이 갖춰져 있지 않아 원래 걷기 여행의 본뜻을 살리기에 알맞다는 거용관 쪽을 택했다.
만리장성 거용관은 북경 시내에서 60㎞ 거리에 있으며, 우뚝 세워진 입구의 상징비에 ‘거용관은 비취색 푸른 벙풍을 여러 겹 펼친 듯 산세가 험준한 요새’라는 뜻의 거용첩취(居庸疊翠) 비문이 선명하다.
만리장성은 기원전 3세기 진시황이 북방 유목민의 침략을 막기 위해 처음 건설이 시작됐지만, 대부분 장성은 16세기 명나라 때 완성됐다.
거용관 역시 명나라 때 축조 이후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보수 과정을 거쳤으며 비교적 관리상태가 양호하다.
거용관에서 한참 더 동쪽으로 가면 진황도가 나오는데 이 진황도 외곽에 만리장성의 동쪽 끝 산해관이 있다. 장성의 서쪽 끝 감숙성 가욕관에서 동쪽 끝 하북성 산해관까지 거리가 총 6350㎞이니 만리장성 실제 길이는 만리를 넘어 1만 5000리쯤 된다.
우선 계단 높이가 높고 폭도 불규칙적이어서 시작부터 숨이 차오른다. 원래 수비대의 산등성 순찰로였지 방문객들이 편하게 걷도록 만들어진 둘레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고 잠깐 쉬며 또 오르기를 반복한 끝에 마침내 허용된 코스의 종착 지점인 12번 망루를 찍었다. 가장 높은 지점인 12번 망루에서 저 아래로 펼쳐지는 산세는 웅장하며 풍광이 수려하다. 때마침 북경 지역에 봄이 시작되는 4월이라 연녹색 숲이 아름다운데 입구 표지석에서 비취색이라는 표현은 아마 숲이 더 푸르러지는 6월~7월쯤 나타나는 정경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