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일차 맥케이

 

모처럼 맑은 하늘에 일출을 보았다. 수평선 위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올라오는 일출 광경을 직접 보는 것이 얼마만 인가? 더구나 먼 이국땅에서, 계속된 궂은 날씨 후에 보는 거라서 감흥이 남다르다. 호주대륙 동쪽 바다에는 섬이 많지 않은데 적당한 위치에 섬이 하나 떠 있어 풍치를 더해준다. 순간순간이 놓치기 아까워 계속해서 핸드폰 카메라 버튼을 누르다 보니 수십 개의 사진과 동영상이 생겨났다. 늦잠을 자지 않고 타이밍 맞춰 바닷가로 나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습기가 없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했다. 맥케이 골프클럽. 골프비 44달러에 손수레 5달러다. 캠프사이트에서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면서 가격 대비 훌륭한 골프장이다. 흠이라면 홀 배치가 규칙적이지 않고 코스맵도 제공되지 않아 다음 홀을 찾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몇번 있었다. 아열대에서 열대지방으로 바뀌다 보니 야자수 나무도 많고 풍광이 색다르다.

 

점심은 울월스에서 사온 11달러짜리 통닭 반쪽씩으로 요기를 했다. 한 끼 때우기는 최고의 가성비 음식이다. 이번 여행 중에 세 번이나 먹었다.

오후에는 호주 도착 후 처음으로 바닷물에 입수했다. 약간 차가웠다. 그런데 물속에 있는 동안 살갗이 따가운 듯한 느낌이 있다. 무언지 모르지만 다들 느꼈다고 한다. 바닷가 의자 위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네 번째 빨래를 했다.

 

다른 사이트에서는 못 보던 광경이 여기서는 자주 보인다. 덤프스테이션에 오물을 버리는 남자 노인들의 모습이다. 장기 거주자들 중에 공용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고 실내(차내?)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는 일이 많은가 보다.

캠핑카 내에서도 요리, 설거지, 샤워, 화장실 등등 물이 필요하므로 떨어지기 전에 채워 놓아야 한다. 모든 유료사이트는 반드시 전원과 함께 수도꼭지가 있어 호스를 연결하면 물을 쉽게 채울 수 있다. 참고로 차내로 물이 들어오는 주입구는 키를 사용해서 열고 닫는다. 실수든 고의든 유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을 차단하는 목적일 것이다.

 

사용 후 배출되는 오물을 합해서 덤프(Dump)라고 부른다. 우리 차 아폴로캠퍼밴은 화장실 오물과 부엌 쪽 오물이 나오는 경로가 따로 있어 후자의 경우는 호스를 통해서 수도꼭지 아래에 위치한 하수구로 흘려보내게 되어 있다. 우리는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화장실 쪽의 오물은 별도의 보관 통이 있어 넘치기 전에 꺼내서 버려야 하는데, 그 장소를 부르는 명칭이 덤프스테이션이다. 화장실하고 같은 공간에 있는 샤워실에서 나오는 오물은 어느 쪽으로 향하는지 모르겠다.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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