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황금연휴, 직접 완주한 팔봉산 정복기

[관광레저신문=정소영 기자] 팔봉산은 해발 327m로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만만하게 보고 올랐다가는 깜짝 놀라게 된다.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가파른 암봉의 스릴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흥미진진한 팔봉산의 매력을 직접 완주했다.

홍천 팔봉산은 홍천강 중간 쯤에 자리잡고 있다. 팔봉산을 찾는 사람이라면 산을 마주하고 두 번 놀라게 된다. 우선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이라는 명성에 비해 한눈에 산이 들어오는 작은 산이라서 놀란다. 그 다음은 작은 산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오른 산에서 해발 1000m가 넘는 유럽의 깊은 산중 맛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해발 327m의 높이로 기암과 절벽사이로 등산로가 있어 봉우리를 하나씩 오를 때마다 전혀 새로운 스릴을 맛보게 되기 때문이다.
 

[사진=정소영 기자]

팔봉산이라는 이름은 크고 작은 여덟 봉우리가 형제처럼 오손도손 나란히 손잡고 서 있어서 붙여졌다. 특히 팔봉산의 매력을 200% 느끼는 계절은 지금부터 여름까지다. 맑은 홍천강이 산을 끼고 돌고 있기 때문에 산행을 마치고 나서 홍천강에서 더위를 씻으며 물놀이를 할 수도 있다. 한폭의 그림같은 홍천강의 맑은 물과 백사장 그리고 홍천을 한눈에 볼수 있어 많은 서울과 수도권의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명산이 됐다.

팔봉산 산행은 매표소에서부터 시작된다. 팔봉산의 등산로는 매우 단출하다. 정상적으로 오르는 길은 1봉으로 가는 길뿐이다. 반면에 하산하는 길은 2봉과 3봉, 5봉과 6봉, 7봉과 8봉 사이 그리고 8봉을 넘어 완주하여 내려가는 길이 이어진다. 산행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대부분 8봉을 모두 넘어서 내려온다.
 

[사진=정소영 기자]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길이다. 처음부터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3분의 1 정도 올라왔다고 생각되니 계단이 끝나고 산길이 나타난다. 여기저기 야생화들과 나무들로 눈이 즐겁다. 산속이라 내리쬐는 햇빛도 나무들이 막아주어 시원하게 등산을 즐기 실 수 있다. 1봉까지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산이 낮기에 정상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중간 중간 멈춰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숨 고르기를 해야 한다.

1봉 정상이 다 왔다 싶은데 바로 앞에 거친 암봉이 나타났다. 로프를 잡고 수직의 암봉을 올라야 한다. 팔봉산 스릴은 이러한 암봉이 수없이 펼쳐지는 데에 있다. 가방에 있던 장갑을 꺼냈다. 팔봉산 산행에서는 수많은 로프와 철계단 난간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장갑은 필수 지참품이다. 

1봉에 오르니 여덟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의 발밑에는 홍천강이 휘감아 돈다. 강과 산의 완벽한 조화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각각의 봉우리가 서로 가까이 붙어 있어 다음 목적지가 확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각 봉우리에 오르면 다음 봉우리로 나아가는 길과 방향이 그려진다.
 

1봉 정상은 암벽구간으로, 험한 등산로라고 안내천막이 붙어있었다. [사진=정소영 기자]


1봉에서 2봉으로 가려면 다시 암봉을 내려와야 한다. 다시 산길을 걷다가 암봉이 나타난다. 1봉과 마찬가지로 수직 절벽이다. 절벽에는 발을 디딜 수 있는 철판 받침대와 고래 힘줄 같은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2봉은 팔봉산 봉우리 중에 가장 높은 327m 정상이다. 가장 높기 때문에 사방팔방 경관도 가장 탁월하다.

특이하게도 2봉에는 삼부인당이라는 곳이 있다. 아담한 규모의 이 당집은 이씨, 김씨, 홍씨 세 부인을 모시고 있다. 400여년 전인 조선 선조 때부터 팔봉산 주변 사람들이 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며 액운을 막는 당굿을 해오는 곳이라고 한다.

2봉을 내려와 3봉으로 오르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봉우리와 봉우리 간격이 넓지 않아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야 한다. 문제는 험한 암봉이어서 곳곳에 위험이 숨어 있다. 2봉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조심조심 내려오니 수직으로 솟은 바위가 길을 막아선다. 다행히도 안전을 위해 철제 사다리를 설치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발 밑으로 보이는 홍천강. [사진=정소영 기자]


3봉에 오르는 길도 수십 미터의 철제 사다리를 지나야 한다. 말이 사다리지 경사도가 거의 70도로 가팔라 네발로 기어오르게 만든다. 사다리 아래는 십미터 정도의 낭떠러지다. 팔봉산 스릴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철제 사다리를 통과하면서 느끼는 쾌감일 것이다. 3봉 정상에 오르니 팔봉산을 휘감고 도는 홍천강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4봉은 해산굴을 통과해야 하는 팔봉산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해산굴은 좁은 바위틈을 통과하는 어려움이 출산의 고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틈을 통과할 때마다 젊어진다고 해서 장수굴이라고도 한다. 워낙 인기가 있어 주말이면 해산굴 앞에 긴 줄이 늘어선다. 통과하는 재미를 만끽하려면 수고스러워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번거로움을 피하려면 바위와 바위 사이를 연결한 다리를 건너면 된다.

4봉에 올랐으니 산행의 절반은 마친 셈이다. 그러나 남은 5, 6, 7, 8봉이 훨씬 위험하고 까다롭다. 암봉도 수직으로 솟아 있고, 발을 딛기 어려운 곳이 매우 많다. 길이라고 볼 수도 없는 바위를 타고 오르내려야 한다. 6봉과 7봉에서 절벽 같은 곳을 로프에 의지해 내려가는 모습이 군인들의 유격훈련과 다를 바 없다. 위험한 곳에 안전시설을 해놓았지만, 잠시만 방심하면 자칫 사고를 당하기 쉽다.
 

기사 본문에서 '하산 코스도 급경사'라는 부분을 읽고 있다면 이 사진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사진=정소영 기자]

7봉을 내려서면 다리가 풀려가고 체력이 방전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2시간 넘게 잔뜩 몸을 긴장시키며 산행을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8봉 앞에 서니 경고문이 시선을 끈다. 8봉은 가장 험하고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코스이니, 등산 경험이 많지 않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이 지점에서 하산하라는 내용이다.

8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다른 봉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손잡이와 발받침을 설치해서 생각보다 수월하다. 만약 안전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면 초보자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산 코스도 급경사이지만 안전시설이 갖춰져 있다.

8봉까지 완봉했다면 팔봉산이 선사하는 마지막 코스로 가 보자. 바로 출발장소인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다. 산 아래 평지 하산길은 홍천강을 따라 난 강변길을 걸으면서 출발지에 있는 매표소로 가서 팔봉교를 건너는 평범한 길이 있다. 또 하나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홍천강에 뛰어들어 강을 가로지르는 것이다. 한 여름 무더위와 가파른 암봉에 고생을 했다면 약 30m 폭의 홍천강을 가로지르는 것을 추천한다. 팔봉산의 마지막 봉우리가 홍천강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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