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더욱 아름다운 남해의 이야기
[관광레저신문=왕진화 기자] 남해는 봄에 더욱 아름답다. 다랑논에서 마늘이 쑥쑥 자라고 노란 유채 꽃이 흐드러진다. 남해의 작은 작은 어촌들은 쪽빛 바다를 품고 더 푸르게 빛이 난다. 차를 몰고 달리다 보면 남해가 보물섬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남해는 마치 나비처럼 활짝 양 날개를 펼친 형국이다. 날개 위쪽으로 하동과 사천이 이어진다. 따라서 남해 드라이브는 남해대교로 진입해 명소를 둘러보고 창선·삼천포대교를 통해 나가거나, 그 반대로 진행하는 게 좋다.
남해대교를 건너면 울창한 벚나무들이 손을 흔들어준다.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충렬사가 지척이다. 충렬사 앞에서 바다 위에 걸린 남해대교의 수려한 자태가 한눈에 잡힌다. 길이 660m에 높이 52m로 웅장한 현수교지만, 굼떠 보이지 않고 날렵하다. 1973년 개통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힌다.
남해대교 아래 도도히 물결치는 바다가 노량해협이다. 노량해협은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의 현장이기도 하다. 남해대교와 눈을 맞췄으면 본격적으로 차를 몰아 남쪽으로 내려간다. 먼저 만나는 곳은 남해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이다.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전사한 이순신 장군의 유해가 처음 육지에 오른 곳으로, 이락사(李落祠)라고도 불린다.
사당과 유허비를 둘러보고 소나무가 빽빽한 오솔길을 약 500m 지나면 첨망대(瞻望臺)가 나온다. 이곳에서 노량해전의 전장이 한눈에 펼쳐진다.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면 이순신 장군이 군사를 독려한 북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유적지 앞 이순신영상관에서는 노량해전을 입체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서면사무소를 지나는데, 임진성 안내판이 보인다. 순간 호기심이 들어 핸들을 꺾었다. 임진성에 오르니 시야가 탁 트인다. 푸릇푸릇한 남해의 들판이 정겹고, 서쪽 구미동해변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둘레가 280m쯤 되는 성벽을 한 바퀴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 일대는 개미 허리처럼 잘록하게 들어간 지형이라, 성을 쌓고 지키면 천혜의 요새가 된다. 임진왜란이 격렬하던 1592년 군관민이 힘을 모아 성을 쌓고 왜적을 물리쳤다고 한다.
가천다랭이마을이 가까워지면 마을 입구 전망대에 차를 세우자. 이곳에 오르면 산과 마을, 바다가 한눈에 펼쳐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설흘산과 응봉산의 급경사 산비탈이 바다로 내려오는 지점에 곡선형 계단식 논이 100층 넘게 만들어졌다. 크기와 생김새가 제각각인 논에는 마늘이 쑥쑥 자란다.
가천다랭이마을에서 나와 도착한 신전삼거리 일대가 나비의 몸체에 해당한다. 여기서 오른쪽 날개를 넘어가면 두모마을 지나 상주은모래비치에 닿는다. 해변의 울창한 소나무 방풍림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쉬기 좋다.
다시 시동을 걸고 출발해 미조항을 지나면 물미해안도로가 펼쳐진다. 남해의 가장 동쪽 해안으로 따르는 길이다. 코너를 돌 때마다 바다가 차 안으로 파고든다. 핸들을 놓치면 그대로 쪽빛 바다에 풍덩 빠질 것 같다. 오른쪽으로 계속 따라오던 마안도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물건리 방조어부림에 닿는다.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은 바닷가의 울창한 숲이다. 팽나무, 말채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등 활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가 가득하다. 바닷바람과 해일 등을 막아 농작물과 마을을 보호하고, 물고기 떼를 유인하는 어부림 역할도 한다. 마을 뒤편 언덕으로 차를 몰면 1960년대에 산업 역군으로 독일에 파견된 동포들이 귀국해서 정착한 독일마을, 아기자기한 정원이 예쁜 원예예술촌을 지나 창선교에 닿는다.
창선교 아래 지족항에는 길이 100m, 폭 2m 도보교와 관람대가 있어 죽방렴의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남해 여행은 멸치가 유명한 지족리의 식당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제격이다. 상추에 멸치회무침을 올린다. 목구멍으로 푸른 남해가 통째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