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일차 허비베이

 

아침 일찍 캠프사이트 사장이 찾아왔다. 골프장이 젖은 상태라 휴장이라고 한다. 골프연습장이라도 가겠느냐고 해서 아니라고 응답했다. 오늘 날씨는 모처럼 맑다. 다들 해변으로 트레킹을 가겠다고 한다. 발가락 상태도 안 좋고 걷는 것 보다는 낚시에 관심이 더 많은 나는 캠핑카로 한 바퀴 둘러보겠다고 했다.

다른 동료들은 트레킹이라는 용어로 포장되는 도보여행을 즐겨한다. 나는 도보 이동은 다른 이동수단이 없을 때 할 수 없이 하는 최후의 이동수단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농촌 태생이라서 학창시절 통학 거리가 너무 멀었던 기억에 의한 반작용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생활 태도가 체중, 아랫배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겠지만.

 

우선 캠핑카를 몰고 인근 바닷가 선착장으로 나가 이리저리 둘러봐도 낚시 포인트를 찾을 수가 없다. 포구 쪽에서는 제방으로 나가는 길이 모두 막혀있고, 다른 해변은 수심이 너무 낮다. 포기하고 해변 트레킹하는 동료들과 만나 바닷가 예쁜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브런치를 먹는 사람들로 많이 붐빈다. 여기도 중소도시라서 그런지 우리 외에는 유색인종을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골프연습장에 가기로 하고 동료들은 바닷가 트레킹을 이어가기로 했다. 점심은 각자 해결하기로 했다. 혼자서 캠핑카를 운전해 골프연습장에 도착했다. 골프공을 담아 주는 바구니의 크기에 따라 돈을 받는다. 제일 큰 바구니, 7달러짜리를 두 번 구매했다. 오늘 온 고객 중 몇 안 되는 큰 고객이었을 듯하다. 이 나라에 와서 젖은 페어웨이와 나무 사이에서 망가진 스윙을 되찾고 싶었지만 골프채 말리는 성과만 얻은 듯하다.

 

점심은 샌드위치 하나 사다가 차 안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다시 바닷가 쪽으로 이동했다. 해변 공터에 주차하고 둘러보았다. 지도상으로는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iff) 지역이지만 해변은 완만한 백사장이다. 수심이 낮다 보니 물도 혼탁하다. 우리나라 서해안을 닮았다. 다른 점은 개펄은 없고 모래 해변인데 군데군데 바위가 깔려있다. 낚시하고는 거리가 먼 바다이다.

3시경에 캠프사이트에 돌아와 동료들과 다시 합류했다. 날씨가 좋아 햇살이 엄청 강하다. 그동안 젖은 옷과 신발 등등을 말리며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골프연습장하고 해변이 5~6㎞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골프연습장은 비가 한 방울도 안 내렸고 일행들은 강한 비를 맞았다고 한다. 공해가 전혀 없는 남반구 청정지역에서도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상이변은 남의 일만은 아닌 듯하다.

호주 캠핑카 여행동반자들

▣ 이상국

1954년 경북 예천 출생. 호주 캠핑카 여행기획. 실질적 리더. 종금, 창투사, 자연과환경 북경 대표 역임.

▣ 하일봉

1957년 경남 밀양 출생. 호주 캠핑카 여행 경비지출 및 회계 담당. 증권사 채권부장 역임.

▣ 박경제

1957년 경북 경주 출생. 꼼꼼한 성격. 메인 셰프 역할. 국책은행, ㈜이로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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