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레저신문=신다솜 기자] 일본 남단으로부터 약 700km 떨어진 곳에 어디보다 사연 많은 섬이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왕조의 사연을 지닌 섬. 파도가 깎아 낸 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섬. 오키나와다.

만자모는 오랜 시간 동안 오키나와의 바다가 깎아 만든 절벽이다. 만자모가 지금의 모습을 갖출 동안 오키나와는 류큐 왕국의 몰락, 제2차 세계대전, 미국 통치, 일본 반환이라는 아픈 역사적 사건을 겪어야만 했다. 사진=오키나와 관광청 제공

일본 큐슈에서 대만까지 점을 찍어놓은 듯 이어진 섬들이 있다. 이를 한데 묶어 류큐제도라고 부르고 류큐제도의 섬들 중 남반부를 차지하는 류큐열도가 우리가 잘 아는 오키나와다.

오키나와는 북위 26도, 동경 127도를 중심으로 약 160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졌다. 오키나와 본섬의 면적은 1,207㎢로 제주도(1,848㎢)보다 작지만 남북으로 90km 이상 뻗어 있어 해안일주로는 제주도보다 더 길다.

오키나와는 쾌적한 기후를 자랑한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현 전체가 아열대해양성 기후에 속한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 22.7℃, 평균 최저기온이 17.2℃로 따뜻한 날씨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사시사철 오키나와를 찾는다.

온화한 날씨 덕분에 언제 가도 좋은 오키나와지만, 오키나와의 역사를 안다면 오키나와 여행의 즐거움은 더욱 배가 된다. 

류큐무라는 오키나와 역사와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다. 사진=오키나와 관광청 제공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 도착하면 그곳 사람들의 외모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 본토 사람들과는 다른 생김새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유난히 작은 얼굴을 가득 채운 쌍커풀 진 큰 눈과 이국적인 외모는 비교적 하얀 피부에 작은 눈을 가진 본토 사람들과 뿌리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유명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가 대표적인 오키나와 출신 유명인이다.

‘우치난추’라 불리는 오키나와 원주민의 조상은 불과 130년 전만 해도 류큐왕국이라는 독립된 국가에 속해 있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남아시아와 조선, 중국, 일본은 물론 서양과도 중계 무역을 하며 번영을 누렸고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켰다.

그러다 1609년 일본에 정복당했고, 이후 1879년 메이지 정부에 의해 오키나와 현이 되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이 벌어졌다. 미군의 공격을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일본은 오키나와를 희생시킨 것이다. 10만여 명의 주민이 사망했다. 이후 미군에 점령돼 27년간 군정 통치를 받았고, 1972년 다시 일본 영토로 편입됐다.

류큐왕국의 상징인 슈리성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실됐다가 1992년 11월 마침내 복원을 끝내고 일반에 공개됐다. 사진=오키나와 관광청 제공

슈리성은 류큐왕국의 찬란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류큐왕국의 왕들이 450년 간 대대로 거처하던 왕궁이다. 슈리성의 건물들은 기본적으로 붉은 색을 많이 사용했고 대문 옆에 사자상이 놓여 있어 언뜻 중국 건축 양식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붉은 색의 채도와 사자상의 모양이 중국의 것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리상으로 일본보다 중국과 가까워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옛 류큐왕국은 중국의 문화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시킨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거의 소실됐다가 1992년 11월 복원 및 공개된 사연을 지닌다.

슈리성 외에도 오키나와 섬 곳곳에는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공습을 받아 폐허가 된 나하 시의 국제거리. 국제거리는 전쟁의 아픔을 딛고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빠른 속도로 재건이 이루어져 기적의 1마일이라고 불리며 이제는 명실상부한 오키나와 최대 번화가로도 꼽힌다. 1마일(약 1.6km)의 곧게 뻗은 야자수 대로를 따라 호텔, 레스토랑, 의류 숍, 기념품 가게 등이 길게 늘어 서 있다. 이국적인 느낌의 레스토랑과 숍 곳곳에서 미국 통치 시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도시형 리조트인 아메리칸 빌리지에는 높이 60m의 대관람차가 있다. 이 대관람차는 아메리칸 빌리지를 넘어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상징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진=오키나와 관광청 제공

미국 통치를 받았던 흔적은 오키나와 챠탄쵸에서 더욱 짙게 나타난다. 차탄쵸의 미하마라는 지역에는 제일 미군시설이 있었다. 1981년 해안에 위치한 비행장이 일본으로 반환되며 넓은 부지에 도시형 리조트 형태로 아메리칸 빌리지가 세워졌다.

아메리칸 빌리지에서는 미국 서해안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미군 시설이 집중해 있던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자 미국 샌디에이고의 시포트 빌리지를 모델로 삼았기 때문.

대형 슈퍼를 비롯한 게임센터, 브랜드 숍, 영화관, 라이브 하우스 등 미국풍의 수많은 상점과 식당이 들어서 있어 일본 속 작은 미국을 방불케 한다. 60m 크기의 대형 관람차는 단연 아메리칸 빌리지의 상징. 일본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2006)>에 등장해 한층 유명해졌다. 빌리지 내 선셋 비치는 오키나와의 황홀한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스팟이다.

오키나와의 섬들은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다. 산호초의 산소 배출 작용에 의해 깨끗함을 유지하는 오키나와 바다에는 형형색색 다양한 종류의 바다 생물들이 살고 있다. 사진=오키나와 관광청 제공

역사의 굴곡이 느껴지는 도심을 벗어나면 천혜의 자연환경이 펼쳐진다. ‘동아시아의 하와이’로 불리는 오키나와의 섬들은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다. 전 일본 해역 3분의 1에 달하는 광대한 해역에 산호초 군이 발달해 있는데 이는 곧 오키나와 바다의 아름다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하는데 스쿠버다이빙 만한 것이 없다. 오키나와에는 300여 곳의 다이빙 포인트가 있다. 그 가운데 나하 시 해안선에서 30km 떨어진 케라마 제도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다이빙 포인트다. 이 곳에만 100개 이상의 다이빙 포인트가 있다. 세계적인 다이버들이 최고의 다이빙 장소로 케라마 제도를 추천하기도 한다.

태평양을 마주하는 섬답게 스쿠버다이빙뿐만 아니라 각종 해양레저 스포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해안선을 따라 카약, 서핑, SUP 등의 다양한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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